가끔씩 울적해질 때면 이전에 쓴 포스트를 찬찬이 읽어본다. 웃음을 머금게 하는 글도 있고, 씁쓸해지는 글도 있다. 과거에 한 실수에서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때는 비롯 포스트 자체에는 암울한 기운이 풍겨나도 그것을 여유롭게 읽을 힘이 생긴다. 하지만 과거와 다를 바 없이 같은 잘못을 또다시 저지르는 것을 발견하고 나면 스스로가 참 한심하게 느껴지면서 과연 역사는 반복되는가 하는 헛소리까지 하게 된다.
이제는 하도 말을 해서 또 말하기도 창피하지만 2006년부터 매해 대본 쓰면서 속을 파내는 일을 너무 심하게 했다. 그 일이 혼자만 오면 참 좋을 텐데, 여름방학은 (가난한) 대학원생에게 여러 모로 혹독한 시간이다. 일취월장해야한다는, 아직도 포기해야하지만 포기하지 못하고 선망만 하고 있는 목표가 있고, 등록금을 벌어야 하는 터라 아르바이트도 여기저기서 찾아봐야 한다. 이 두 가지 일로만도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이 방학 때마다 나는 속을 태우는 일을 삼 년째 하고 있다.
삼 년이 지났으면 영리해지기도 하련만, 왜 세월이 갈수록 더 글을 쓰는 것이 어렵고 힘들어 지는 것일까. 창작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서이다. 그냥 감흥이 오면 끼적끼적 쓰는 글은 할 수 있지만, 오래 공을 들이고 생각을 짜내고 차근히 그것을 배치하는 작업은 인내심이 많은 사람도 참 어려운 일이다. 아주 탁월해서 하룻저녁에 장편을 완성하는 천재가 아닌 한, 그것은 우리 모두가 겪는 괴로움이다.
그렇다면 삼 년이나 되었으면 인간이 좀 알아서 미리미리 생각도 하고 공부도 하고 해 둬야 하는데, 핑계는 산처럼 쌓여만 간다. 그리고 같은 일을 반복할 때마다 갈수록 나는 더 피폐해지는 터다. 이제는 식구가 하나같이 이것은 내 성격의 문제라고 날카롭게 지적을 하셨다. 그만두지 못하고 미적대면서 질기게 붙잡고, 맺고 끊음이 확실하지 못하니 네 팔자 네가 볶는 게 아니고 무엇이냐 말하는데 정말 할 말이 없어지면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.
왜 나는 이 일을 계속하는가?
혹시 투정하면서 글 쓰는 것을 즐기는 것일까? 모모와 제이가 일찌기 설명했던 urgency addiction?
아니면 헛된 명성? 오, 이건 더 아니다.
두 번째 고민.
처음 대학 4학년 때, 순전히 봉사하는 마음으로, 좋아하는 글이고 좋아하는 친구가 소개해 준 일이라 윤문 일을 했다. 그때 분량은 80페이지 정도. 지금 읽어보면 윤문의 질이 그닥 높지는 않았다. 그러나 그 일을 하는 와중에 참 즐겁고 행복하게 윤문을 했고, 윤문하는 시간도 그닥 오래 걸리지 않아 사흘인가 다 끝냈던 기억이 있다. 그리고 그 글을 받으신 분도 참 많이 만족해 하셨고, 그 결과 몇 건 그 일을 더 맡았었다.
그런데, 갈수록 이 일이 힘겹게 느껴진다는 게 문제다. 분명 학부에서 대학원으로 가면서 나름 나는 글쓰기와 글을 다듬는 작업을 새롭게 배울 기회가 생겼다. 나름 발전했다고 생각하는데 왜 이리 윤문 작업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일까? 보수가 너무 적어서?
보수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마음이, 지금은 보수를 바라고 하는 일이라?
그럼 프로의식이라도 생겨야 하는 거 아닌가. 왜 이리도 글을 읽는 속도는 더디며, 속은 꼬이고 엉키는가. 이 주에 가깝게 150페이지 정도 해당하는 글을 들여다보는데, 사실 반의 반도 못 했다. 이걸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. 내일까지는 주기로 했는데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또 하게 생겼다.
프로로서의 자존심? 난 애초부터 프로는 아니었어, 라고 발뺌하지만 정말 갈수록 왜 이런 짓을 하는지.
갈수록 무책임하고 무감각하고 바보같아진다. 참 내가 싫고 슬프다.
사회생활을 제대로 겪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 모양인데, 밖에 나가 도대체 나는 어떻게 살아남는단 말인가, 이래서!
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[?]